브랜드
도시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2021.05.18 조회수 5,272
여러분은 좋아하는 도시가 있나요? 그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레터를 읽기 전에 잠시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려 볼까요. 우리가 특정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도시만이 주는 감성과 정서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게 바로 그 도시의 아이덴티티가 될 테고요. 사람이나 브랜드처럼 도시에도 분명 대체 불가한 고유함이 있습니다. 고유성을 잘 발산하는 도시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고요. 오늘은 브랜드가 된 도시들을 만나러 가봅시다!
3/24(수) 21:30 클하에서 (@bemyb.kr) 이 주제로 더 재밌는 얘기 나눠요!
소위 뜨는 지역의 힙한 카페나 공간을 보면, 한창 손님을 끌어모으다가 지역의 유행이 끝나면 손님 훅 하고 빠지는 현상 보셨나요? 이때 우후죽순 생겨난 ‘힙’한 카페나 가게도 타격을 입겠지만, 원래부터 그 자리를 지키던 가게들은 타격이 더 클지도 몰라요. 몇몇 가게로 동네가 떴을 땐 쏠림 현상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장사가 어렵고, 동네 유행이 지나면 손님이 없어 장사가 어렵고요. 그래서 해당 도시의 자원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공간을 만들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걸 다들 아실 거예요.
'비로컬'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개항로 프로젝트 이창길 대표 인터뷰
‘개항로 프로젝트’는 이 점을 잘 캐치해 실천 중입니다. 개항로는 1883년 인천 개항 이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인데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고, 덕분에 노포 상점이 많이 위치해 있대요. 개항로 프로젝트의 이창길 대표는 이 노포들이 다른 곳에서 따라 하지 못하는 개항로만의 고유함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개항로 프로젝트는 여러 노포 상점들과의 협업으로 상품과 가게를 론칭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노포에 경제적 이윤을 돌려주면서 지역의 힘을 강화하는 거죠. 또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아예 건물을 구입해 가게를 연다고 하네요. 서울의 중심지라면 이 일이 불가능했겠지만, 개항로는 저평가된 지역이기에 가능했다고요.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개항로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자주 노출시킨다는 건데요. 개항로 프로젝트 인스타그램(@gaehangro) 계정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가 많아요. 그분들의 모습 덕분에 개항로의 특징이라고 하는 노포가 단순히 건축적 의미가 아닌, 도시의 색깔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결국 도시의 본질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지 않을까요? 도시는 특정 위치의 지역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모여 만들어진 사회니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전은 ‘노잼 도시’로 불렸어요. 심지어 대전 지역 주민들도 그렇게 불렀죠. 대전에선 할 게 없다는 거예요. 많은 이가 자조적인 목소리를 낼 때, 느리게 흐르는 지역의 정서를 포지셔닝한 곳이 있어요. 바로 서점 ‘다다르다’(@differeach)인데요. (SNS에서 이곳의 영수증 서점 일기를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서점 다다르다의 시그니처 영수증 서점 일기
서점이라는 공간의 분위기가 느릿한 대전의 정서와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다르다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며 동네 서점 역할만 하지 않아요. 오히려 지역 내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힘쓰고 있죠. 쉽게 말하면 대전 지역에서 사랑방 역할을 하는 거예요. 실제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을 오가면서 지역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커뮤니티를 조성한다고 해요. 그 덕분인지, 요즘 따라 대전의 볼거리와 먹거리, 지역의 역사 이야기가 자주 노출되고 대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자주 보입니다. 역시 외부의 어떤 목소리보다 지역 주민들의 논의와 행동이 더 강력한 것 같아요. 주민들은 외부에선 보이지 않는 걸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성수에 위치한 팀포지티브제로의 여러 공간들. 이 외에도 스탠 서울, 보이어 등이 있답니다! @TPZ 홈페이지
개항로 프로젝트와 다다르다가 지역의 이야기를 발산하는 데 힘썼다면, 팀포지티브제로(Team Positive Zero)는 지역과 방문객의 이야기를 모두 활용했어요. 여러분은 성수동을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성수동은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먼지 가득한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이 이제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꼽혀요. 여러 IT 회사와 스타트업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죠. 무엇보다 공장 지대와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전시, 공연 등의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지점이 주목할 만하죠. 이 일에 팀포지티브제로가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팀포지티브제로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적 흐름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에요. 이곳엔 셰프, DJ, 바리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획자 등이 모여 있어요. 이들의 시작은 재즈 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였는데요. 이후 알어바웃(r.about), 로스트 성수(Lost Seongsu), 카페 포제(Café Poze)등을 오픈하면서 F&B, 음악, 패션, 디자인 등 여러 분야를 공간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물론 공간은 공장이나 창고 건물 구조를 개조해 만들어 지역의 색을 잃지 않도록 했고요!
사실 오랜 건물을 개조한 카페나 공간은 참 많아요. 그런데 팀포지티브제로가 잘하는 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데 있어요. 지역의 특징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감성으로 개조한 공간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풀어내고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능력이 탁월하죠. 팀포지티브제로의 공간들을 방문하면 일방적인 큐레이션을 흡수한다는 느낌을 받기보다, 사람마다 다른 감성으로 공간을 느끼고 해석하게 된다고 해요. 그렇게 성수동은 다채로운 색과 재밌는 이야기가 담긴 지역이 되고, 그게 지역의 감수성이 되는 것 같아요.
소위 로컬이라고 하면,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와 작은 공동체들이 있는 동네 단위를 떠올리게 되진 않나요? 강남보단 강북을 떠올리게 되고요. 고층 빌딩이 대거 들어서 있고, 부동산 값이 어마어마한 강남에서 골목 상권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강남에서도 로컬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어요.
소전서림의 외관 모습 @소전서림 홈페이지
골목 상권으로 대표되는 독립 서점들을 예로 들면, 선릉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 청담동에 위치한 ‘소전서림’, 양재에 위치한 ‘믿음문고’가 있어요. 이 세 곳은 모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독립 서점의 역할을 합니다. 단순 책 판매에 목적을 두지 않고, 주제에 따라 책을 큐레이션 하고 책을 매개로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하죠. 다만 이 책방들은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보단 위대한 문인의 서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강남이라는 지역의 정서를 반영한 모습이죠.
그런데 사실 청년 창업가에게 강남 창업은 꿈같은 이야기이긴 해요. 비싼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인 모종린 교수는 ‘임차료 문제에 대한 강남 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도산공원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시몬느’처럼 명품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거나, 공유 주택과 공유 오피스와 같은 공유 경제에서 돌파구를 찾는 식으로요. 오랫동안 골목 상권이 정체된 탓에 기존의 상권마저 힘을 잃은 강남에 혁신적인 로컬 콘텐츠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도시 재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지금도 계속 다양한 로컬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들이 나오고 있어요. 한 달 내내 수박 레터 주제를 ‘도시 재생’으로 잡아도 다 못 보여줄 정도예요. 우리는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보고 싶을 땐, 매체를 활용하곤 하죠?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해온 로컬에 더 관심을 두고 싶은 분들을 위해 로컬 트렌드 전문 미디어를 소개하려 해요! 바로 ‘비로컬’이라는 커뮤니티 미디어입니다.
비로컬 홈페이지에선 로컬 트렌드, 로컬 콘텐츠나 크리에이터에 대한 아티클과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비로컬이라는 매체가 기대되는 건, 로컬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발굴에 적극적이라는 점 때문인데요. 최근엔 여행·액티비티 플랫폼인 ‘xCREW’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어요. 양사는 지역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로컬 크루’를 모집해 크루들이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로컬 여행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해요. 지난해에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과 MOU를 체결했어요.
비로컬 유튜브 채널도 있어요! 인터뷰, 팟캐스트, 대담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답니다. :)
비로컬은 ‘로컬을 주목해야 한다’, ‘로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다’ 식의 당위적인 얘기를 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로컬 이야기를 발굴하고 로컬 문화와 커뮤니티 구축에 힘쓰죠. 사실 로컬의 이야기를 발굴해 나만의 콘텐츠나 공간을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데요. 이렇게 든든한 미디어를 다리로 삼으면, 그 작업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컬 비즈니스, 로컬 브랜딩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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