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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본격! 브랜드 덕질하기

2021.05.18 조회수 4,645

 

 

돈쭐이라는 단어 많이들 보셨죠.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단순한 소비재로 즐기지 않아요. 잘하는 브랜드에겐 과분한 리액션을 보여주고, 반면 잘못한 브랜드는 휘청일 정도로 혼을 내기도 하죠. 애정을 표현할 때 꼭 돈을 지출하는 방법만 쓰는 것도 아니에요. 브랜드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듯 소비자가 브랜드를 즐기고 애정을 보이는 방법도 다양해요. 요즘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덕질 하는 방법 5가지를 알아볼까요?

 

 

취향을 전문적으로, 가볍게 즐기기

브랜드를 통해 취향을 즐기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정기 간행물에는 신뢰할 만한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철학, 가치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많은 브랜드에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이유 중 하나도 꾸준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할 창구를 마련하기 위함이에요!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은 ‘위키드와이프’의 뉴스레터를 꼭 구독하세요. 위키드와이프는 신사동에 위치한 와인 페어링 바인데요. 흔히 와인 페어링 바 하면 고급 레스토랑을 떠올리곤 하지만, 이곳은 친숙한 동네의 작은 펍이나 카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페어링 메뉴도 양식이 아니라 우엉만두, 발사믹소고기찜 등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한식과 분식을 베이스로 하고요. 맛있는 와인이 조금 더 일상적일 수 있도록 새로운 와인 문화를 만들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위키드와이프의 뉴스레터엔 어떤 내용이 담기냐면요. ‘흰 셔츠에 와인이 튀었을 때’, ‘와인 예절 법’ 등과 같은 와인 관련 콘텐츠, 먹고 싶은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 소개 글, 위키드와이프의 이야기 등이 담겨요. 위키드와이프는 뉴스레터를 통해 와인 지식을 전하면서 허들을 낮춰주는 것 같아요. 매주 이 뉴스레터를 보고 있으면 퇴근 후 쉽게 맥주 한 잔 하듯, 가볍게 와인 한 잔 할 수 있을 듯하거든요. 매주 가벼운 읽을거리로 취향을 더 뚜렷하게 만들고, 동시에 브랜드 뉴스까지 빠르게 접할 수 있으니, 뉴스레터 일석이조 아닌가요?

 

 

성장기를 함께한 브랜드 추억하기

최근 엄청난 소식이 있었어요.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겠다고 발표했거든요. 지난 26년 간 우리 곁을 지켜왔는데 이렇게 떠난다니···.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정리하면서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말했어요.

이제 못 볼 LG의 휴대폰...안녕..T_T

갑작스러운 LG전자 모바일의 안녕이 고해지자, 고객들은 저마다 자신이 그동안 써왔던 LG 핸드폰을 모두 모아 사진으로 인증하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지난 성장을 함께해온 LG와의 추억 이야기를 풀면서요. 인증 사진에는 손때 묻은 피처폰부터 수십개의 스마트폰,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희귀 모델까지 있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LG 핸드폰은 볼 수 없지만, LG전자 팬들의 이런 인증 덕분에 그동안 LG 모바일에 어떤 강점이 있었는지 알게 됐어요. 삼성의 모바일은 지나친 광고를 제공하고, 애플은 말도 안 되는 AS 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비교해서 말이죠.

 

사람과 브랜드는 비슷한 삶의 주기가 있다고 해요. 삶의 성장기를 달리다가 차츰 쇠퇴기를 겪으며 말이죠. LG전자의 사례를 보니, 생전에 빛나지 못한 가치를 사후 드러낸 작가들이 떠올라요. 비록 사업부는 사라졌지만, 많은 사람이 추억하고 이야기하면 재해석된 모습으로 태어날지도 모르겠어요.

 

 

돈으로 확실히 투자하기


주변에서 주식 안 하는 사람 찾기 힘들죠? 나이불문, 성별불문하고 말이에요. 재테크 열풍은 브랜드에도 영향을 끼쳤어요. 동학개미운동으로 폐기 위기에서 살아나거나 상장 폐기 위기에 처한 사례들 많이 보셨죠?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차트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브랜드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차트엔 많은 MZ 개미도 탑승해 있답니다.

특히 그 브랜드의 기업 철학이나, 경영 철학을 보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대표적으로 애플, 스타벅스, 테슬라를 꼽을 수 있는데요. 특히 환경문제와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테슬라에 투자를 한다고 해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브랜드가 더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물론 위 브랜드들은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에 안전한 투자 매물이라는 점도 있겠지만요.

 

 

입체적인 경험하기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온라인만으로 브랜드를 모두 경험하긴 어려워요. 사람은 감각적인 경험을 할 때 더 진한 인상을 얻잖아요. 지난 59호 수박레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공간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는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에요. (저만 해도 ‘이솝’이라는 브랜드가 궁금해져 서울의 이솝 매장을 모두 찾아가봤어요. 제품도 구입하고요!) 사람은 경험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오뚜기는 지난해 12월 서울 논현동에 ‘롤리폴리 꼬또’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열었어요. 주택가에 붉은 벽돌로 만든 이곳엔 오뚜기 카레와 라면을 파는 식당과 전시형 카페가 있어요. 건물 외관엔 오뚜기의 키 컬러인 노란색 포인트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재밌는 건, 세련된 레스토랑의 모습인데 우리의 어지러운 방에서 자주 먹던 오뚜기 라면과 카레를 판매한다는 점이에요. 익숙한 음식이 정갈한 접시에 담겨 나오니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롤리폴리 꼬또에서 즐길 수 있는 오뚜기 라면

오뚜기는 오랜 식품 회사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이렇게 재밌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단순히 재밌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일상을 다시 보게 하는 환기 역할도 해주는 것 같아요. 노란색 포인트와 마당에 놓인 재밌는 소품들 덕에 놀이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만약 오뚜기 매장이 노포처럼 꾸며져 있었다면, 오뚜기가 보여주고자 했던 새로움은 느껴지지 않았겠죠?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이 매장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오뚜기에서 거의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매달 꾸준히 매출 30%씩 늘고 있다고 하니까요. 여러분도 봉지 카레와 라면을 새롭게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세요!

롤리폴리 꼬또의 건축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여기

 

 

시리즈 수집해 인증하기

팬을 만든다는 건 불특정 다수가 아닌 소수의 헤비 유저들에 집중한다는 말과 같아요. 소수의 헤비 유저를 공략하면 그들은 변함없이 튼튼한 기반이 되어 주거든요. 브랜드 입장에선 든든한 안전지대를 마련하게 되는 거죠. 유유출판사가 한 달에 책을 3~4권 이상 읽는 헤비 리더들을 주 타깃으로 잡은 이유예요. 이들은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인만큼 쉽게 읽는 스낵 콘텐츠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원하는데요. 좋은 단어와 문장으로 글을 쓰고 말하기에 관심이 많다는 특징도 있어요.

유유출판사의 'oo법' 시리즈 중

유유출판사의 ‘~oo법’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예요. 콘텐츠 생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유유출판사의 책을 여러 권 구입해 SNS에 인증하죠. 유유출판사의 책들을 여러 권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해시태그 #유유출판사를 따라 개인 계정들에 들어가면,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분들 덕분에 유유출판사 이름만 들어도 글에 있어서 전문적인 곳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시리즈물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들 하지만, 큰 줄기를 잡으면 그 안에 작은 가지를 많이 넣을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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