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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뉴스#22] 유니섹스를 넘어 젠더 뉴트럴의 시대가 왔다!
2020.05.22 조회수 6,892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타인의 시선보다 '나'에 대해 탐구합니다. 워라밸 역시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키워드였죠.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으며, 나의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일이 곧 내가 되는 자기표현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며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를 살고 있죠. 모두를 위한 화장품, 향수, 패션 아이템들이 등장하면서 선호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젠더와 상관없이 같은 아이템을 이용하는 것이죠. 이처럼 젊은 세대들은 젠더에서 벗어나 취향을 존중하자는 관점인 '젠더 뉴트럴'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원하고 달달한 브랜드 뉴스 수박이 왔어요~
오늘 트렌드뉴스는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젠더 뉴트럴'이 브랜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각 브랜드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01
젠더 프리 캐스팅은 배우의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캐스팅을 뜻합니다. 기획 단계부터 배역에 젠더를 정해 놓지 않거나, 젠더가 있는 배역이라도 성별에 구분 없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인데요. 2018년 매거진 <마리끌레르>에서 젠더 프리(GENDER FREE) 영상을 공개한 이후 해당 용어가 한국에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마리끌레르는 2018, 2019년에 이어 2020년 3월 8인의 배우가 참여한 새로운 젠더 프리 영상을 SNS 채널에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2018년 공개되었던 첫 영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존의 남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젠더라는 구분 안에 캐릭터가 갇혀있던 것은 아니었나'라고 생각해보게 하는 영상이었죠. 오랫동안 젠더로 구분되어 온 세상의 편견에 균열이 시작되기를 기대하며 제작했다는 기획의도처럼,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젠더라는 관념을 벗어던지는 것에서 오는 다양성을 깨달았습니다. 배우는 정해진 역할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무한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성과 여성은 형용사가 아닌 수많은 명사 중 하나일 뿐이며, 남성과 여성만이 성별의 전부도 아니다. 더 많은 작품에서 여성 배우들이 성별에서 자유롭게 존재하며 뜨겁게 연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배우 김향기, 배해선, 백현주, 심달기, 우정원, 이설, 이주영, 진서연이 각자 다른 이유로 마리끌레르 젠더프리 영상을 위한 대사를 선택했다. <유튜브 영상 소개 멘트>
@연극 <오펀스> 캐스팅
2019년에는 연극 <오펀스>에서 젠더 프리 캐스팅이 시도되기도 했습니다. 원작에서는 백인 남성 세명의 이야기로 쓰여있지만, 작품은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성별이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공연 작업 과정에서도 대본에서 크게 수정할 부분이 없었고, 배우가 연기하기에도 어색함이 없었다고 합니다. 텍스트가 가진 핵심 메시지에서 젠더는 더 이상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반증이 되었네요. <오펀스 연출가 김태형>
@수박C 코멘트
문화예술계에서의 젠더 프리 현상을 통해 젠더의 구분이 불필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로 존재하는 시대인 만큼, 젠더에 따른 역할이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문화예술은 그 시대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의 세대가 추구하고 있는 바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젠더보다는 '사람'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있죠.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다양한 브랜드들은 젠더 구분 없이 이용 가능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젠더 뉴트럴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은데요. 어떤 브랜드들이 이러한 가치에 부합한 제품을 출시할지 기대됩니다.
#02
지난 2020년 2월 공개된 라카(LAKA)의 광고는 음성 없이 제품을 들고 있는 모델 모습만이 담겼습니다. 영상 속 모델은 시청자와 눈을 마주치듯 제품을 든 채로 화면의 정면을 직시합니다. 명료하고 간결하게 카피를 제시하는데요. 키 메시지인 '컬러는 원래 모두의 것, 한국 최초의 젠더 뉴트럴 LAKA'가 유일하게 노출되는 카피입니다.
한 사람의 아우라를 단순하게 설명해낼 수 없듯이, 모두의 아름다움을 하나의 경계선으로 구분할 수 없듯이, 우리의 입술색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듯이, 라카는 모든 제품에 대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 모두의 룩을 제안하며 뷰티에 대한 오랜 관성을 깨는 즐겁고 실용적인 브랜드입니다. 뉴트럴은 여성과 남성, 난색과 한색 어느 것에도 갇히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라카의 감성이자 브랜드에 숨결을 불어넣는 퍼스낼리티입니다. 뷰티는 원래, 이미 모두의 것이었습니다. "취향에 맞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 라카는 그 당연한 의미를 브랜드의 본질에 담아 태어났습니다. <라카 STORY>
라카는 제품이 선명하게 발색되거나, 피부에 픽싱 되도록 만들지 않습니다. 선명도를 조절하며 바르기 쉬운 반투명한 발림성을 선택하여, 누구에게나 쉽고 어울리는 색을 만들어가죠. 모든 제품 상세페이지에는 각 모델의 이미지 컷을 넣어 라카의 브랜드 철학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라카 LAKA
라카의 이민미 대표는 인터뷰에서 기존의 것을 편안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에 맞서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브랜드를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브랜드가 가진 본연의 철학과 정신을 유지하려는 완고한 힘이 있어야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4월 14일 공식 스토어 리뉴얼 및 글로벌 고객을 위한 영문 스토어를 확장 오픈했고, 2020년 8월까지 제주 히든 클리프에서 스페셜 어메니티 백인 'Find New Me' 패키지를 투숙객에게 제공하여 대자연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도록 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브랜드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인데요. 확고한 브랜드 철학으로 브랜드를 알리며 2019년 동기 대비 22배의 매출액을 올린 라카의 2020년이 기대됩니다.
@수박C 코멘트
라카는 한국에서 최초로 젠더 뉴트럴을 콘셉트로 하여 기획된 브랜드라는 점에서 인상 깊습니다. 브랜드 철학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키 메시지 '컬러는 원래 모두의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간결한 핵심 메시지가 전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라카의 이민미 대표가 말했듯 기존 시장의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견고한 브랜드 정신이 뒷받침되어야 흔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확고한 브랜드 철학으로 시작된 라카가 이를 잘 지키며 성장해 갈지 지켜봐야겠네요.
#03
지금의 향수 트렌드는 남성 향, 여성 향으로 구분하는 개념이 없다. 요즘은 남자가 플로럴 향을, 여자가 우디 향을 쓰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바이레도는 처음부터 ‘냄새에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지금의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 <벤 고햄 인터뷰>
바이레도(BYREDO)는 '향기에 의한'을 뜻하는 By Redolence의 줄임말입니다. 바이레도의 창립자 벤 고햄( Ben Gorham)은 인터뷰에서 '이름은 사람들에게 첫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듯, 제품 외형에는 제품명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바이레도의 심플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병에 검은색 반구 모양의 뚜껑, 하얀 라벨에 검은색 잉크로 새겨진 향수 이름이 전부입니다.
@BYREDO 홈페이지
벤 고햄은 젠더와 관련지은 향은 구식이라고 말하며, 이는 큰 브랜드들이 마케팅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소비재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설명되었을 때 구매되지만, 예술에서는 완전히 이해될 때 긴장감이 사라지고 흥미도가 떨어지는 점을 착안하여 제품을 예술처럼 의도적으로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레도는 예술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니치 향수로 인기를 끌었고, 제품이 가지는 무한한 상상력이 곧 트렌디함이 되었죠.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은 2020년 2월 'I LOVE EVERYONE OF ME #CKEVERYONE'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슬로건은 'I am one, I am many, I love everyone of me'으로 하나이기도 하며 다수이기도 한, 내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모습을 한 모델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며,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사랑하자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캘빈 클라인의 CK ONE은 1990년대 유니섹스 향수의 시대를 열었었죠. 'One for all'을 추구하며 모두를 위한 향수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1994년 출시된, CK ONE은 현대적인 향의 경계를 재정의하는데 도움을 줬다. 사회적, 젠더적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관습이나 현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캘빈 클라인 뷰티 CMO, Simona Cattaneo는 인터뷰했습니다. 90년대 당시 타깃 오디언스인 X세대의 mind를 점유하기 위해 향수가 말하는 메시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인데요. 이번 캠페인을 통해 90년대 아이콘이었던 캘빈클라인의 매력을 다시 엿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모습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에 주목하는 현재 시대의 정신과 맞닿아있습니다.
@수박C 코멘트
향수는 취향의 집약체입니다. 개성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 중 하나죠. 이번에는 젠더리스 향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두 브랜드는 향수라는 브랜드를 각각 다른 메시지로 젠더리스제품임을 드러내는 게 흥미롭습니다. 바이레도는 브랜드에서 전면적으로 Unisex 제품임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창립자의 철학에 담겨있죠. 젠더보다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체향과 어우러지는 것에 주목합니다. 심플한 제품 소개를 통해 향을 젠더로 구분 지었던 관습을 없앴습니다. CK ONE은 90년대 X세대에게 시대의 관습을 깨는 자유분방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2020년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자'라는 메시지를 밀레니얼 세대에게 전달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구속받지 않고 '나'에 대한 내 생각이 가장 중요한 이들에게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브랜드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죠. 세월이 흘러 시대가 변해도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브랜드로 남아 있다는 점이 대단하네요.
#04
구찌는 럭셔리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시대를 담은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구찌와 함께 하게 되면서 구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죠. 알렉산드로 미켈레 이전의 구찌는 톰 포드의 시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이 시절의 구찌는 가죽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마르코 비자리 회장이 새로 부임하게 되면서 새로운 소비자를 대상으로 '밀레니얼 마인드 리셋'을 사명으로 가져갔고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소셜미디어에서의 디지털 전략을 새롭게 만들어갔습니다.
2015 F/W 시즌 남성 컬렉션에서 시크 블라우스나 레이스로 짜인 시스루 탑을 선보이기도 하며, 그동안 구분되어 진행되었던 남녀 컬렉션을 통합하는 등 젠더에 제약 없이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미켈레는 "남녀 컬렉션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그렇다"며 <다양성과 통합>이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했죠. 이탈리아 남성복 패션위크 부활을 위해 2020년 다시 남성복 컬렉션을 진행했지만 라인이 잡힌 블라우스, 크롭탑 등의 다원화된 패션을 통해 젠더 뉴트럴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구찌의 차별화 요소는 포괄성이다. 처음부터 독점적인 제품을 만들지만, 포용력 있는 문화를 만들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마르코 비자리는 밝혔습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젠더 뉴트럴식 제품은 밀레니얼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힘을 길러가는 데 일조했죠. 구찌의 통합 컬렉션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통합 컬렉션들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지난 3월에는 톰브라운의 첫 통합 컬렉션이 진행되었습니다. 노아의 방주에 영감을 받아 기린, 사슴, 하마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담은 점이 특징인데요. 남성복 여성복의 구분 없이 똑같은 아이템을 입은 남녀 모델이 함께 등장하며 젠더리스 룩을 실천한 톰브라운의 해석이 돋보인 컬렉션이었습니다.
@수박C 코멘트
구찌와 톰브라운의 사례를 통해 젠더리스 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미켈레의 컬렉션들은 규범을 답습하지 않고 다원화된 패션을 보여줍니다. 톰브라운의 새로운 컬렉션은 남녀 모델이 같은 옷을 입고 런웨이에 등장합니다. 옷은 옷일 뿐, 입고 싶으면 입을 뿐. 젠더에 따른 옷의 경계는 이제 모호하죠. 패션쇼는 각 시즌의 트렌드를 먼저 살펴볼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의 변화가 패션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패션쇼에 등장한 미니백에 영향받아 다양한 브랜드에서 젠더리스 미니백을 출시하는 것처럼 말이죠. (p.s. 웹 예능 <마포 멋쟁이>의 송민호 착장을 보며 원하는 대로 입는 것이 바로 진정한 멋이라는 걸 깨닫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05
앨런 크로세티(ALAN CROCETTI)는 런던에서 시작된 주얼리 브랜드입니다. 기괴하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브랜드인데요. 디자이너 앨런은 "전형적인 미의 기준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것이 그로테스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을 열고 당신에게 매일 주어지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면 그것이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라고 말합니다. 브랜드를 통해 각 개성이 포용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DAZED KOREA
앨런 크로세티의 손톱에 끼는 반지, 콧등이나 입술에 끼는 액세서리 같은 제품이 주얼리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합니다. 앨런 크로세티는 사람의 신체 구조에 관심을 가지며, 아직 활용되지 않은 신체 부위 및 스타일이나 기능을 찾아 시도되지 않은 것들을 연구해 제품을 탄생시키죠. 주얼리와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 만큼, 앨런은 본인의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넣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제품을 구매하며 같이 동조하죠. 인종, 젠더, 정치 등의 개념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주얼리 디자인이 재정의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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