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10 끝없이 변화해야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
2024.04.22 조회수 567
어떤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 지금까지 경험하신 가장 큰 성공과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이었습니까?” 창업가로서 6년 넘게 기업을 이끌어온 그는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실패는 도처에서 매일같이 일어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요. 우리의 가장 큰 성공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또 언젠가는 자영업자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닭발집을 운영하는 그는 ‘5년 안에 지역 맛집이 되겠다’라는 목표로 가게를 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깨달았다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5년이 거저 주어지지 않는구나. 당장 1년이 문제다. 나는 얼마나 순진한 생각을 했던가.’ 그가 경험한 실전에 대해 묻자, 사장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매일 돈이 나가고, 매일 평판이 쌓입니다.”
기업 대표님이 말한 ‘살아남는다는 것’, 그리고 소상공인 사장님이 말한 ‘매일 돈이 나가고, 매일 평판이 쌓인다는 것.’ 바꿔 말하면 언제든 중단될 수 있으며 언제든 빈털터리가 되거나 외면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말에 담긴 현실의 무게를 가늠하는 동안,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기업에 고용되어 돈 벌어본 것이 제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월급을 받기만 해본 사람과 한 번이라도 줘본 사람은 경험의 깊이가 다르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출처=Unsplash/Anya Chernik
다른 모든 기업 및 조직과 마찬가지로, 소셜임팩트의 첫 번째 명제 또한 ‘생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생존을 위해 중요한 것은 인풋과 액티비티보다도 아웃풋과 아웃컴, 한 마디로 ‘임팩트’일 겁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브랜딩은 여유가 있을 때 챙기는 꽃단장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 생존의 수단입니다.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 전략이다.’ 《창업가의 브랜딩》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인데요. 브랜드가 승리하는 길을 고민하는 것과 사업이 승리하는 길을 고민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시장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제품을 만들고 ‘상표’를 붙여 광고를 내보내면 그만이던 시절이 있었으나, 오늘은 시장이 포화하고 경쟁이 과열되며 매체마저 분열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자기다움이 없는, 차별화되지 않은 브랜드는 소비자의 인식에 남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가 살아남지 못합니다.
아보카도의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요. 아보카도는 런칭 이래 달라지는 사업 전략에 맞게 태그라인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2018년 ‘온라인 브랜드 로고 메이커’로 출발해, 다음 해에는 ‘나만의 온라인 브랜딩 파트너’로 스탠스를 바꿨습니다. 이후 2020년부터는 ‘온라인 브랜드 개발 플랫폼’이라는 말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으로, 온라인이라는 기능적 구분을 넘어 우리의 고객을 함께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의 아보카도는 ‘스몰 브랜드 하우스’라는 비전을 설정해 이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스몰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고 가꾸는 영역의 모든 일에서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대표님도 이미 2024년의 연간 계획을 검토하고 확정하셨을 텐데요. 대표님의 브랜드와 대표님의 조직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예정인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작년만 같아라’ 하신 분은 아무도 안 계실 겁니다. 노를 힘차게 저어야 그나마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조직을 180도 바꿔야 다음 단계를 겨우 그려볼 수 있는 것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2024년 이전의 브랜드와 이후의 브랜드는 무엇이 달라질까요? 대표님의 브랜드를 한마디로 재정의한다면 무엇인가요?
출처=Unsplash/Maria Budanova
브랜드를 처음 공부할 때는 일관성부터 배웁니다. 한 우물을 파고, 한 가지 철학을 지키며, 가장 강력한 하나의 무기를 들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싸우라고 말이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기본 동작’ 같은 말임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브랜드에는 ‘변화’라는 이름의 ‘응용 동작’이 필요합니다. 상대에게 이미 간파된 하나의 동작만으로 싸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스무 살의 나와 서른 살의 내가 같은 이름을 써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듯, 어제의 브랜드와 오늘의 브랜드도 다릅니다.
고객들이 떠올리는 브랜드의 이미지도 변화했고, 브랜드의 얼굴과 같은 로고도 달라졌으며,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서 기회를 발견해 비즈니스를 피봇팅하기도 했습니다. 창업할 때 기쁨과 슬픔을 같이했던 멤버들도 어느덧 자기 길을 찾아 떠났고, 구성원의 면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를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달라졌기 때문에 우리는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는 달라져야 합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혁신의 일갈은 브랜드에도 유효합니다. 시장이 변하고 고객이 변하고 경쟁사가 변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가만히 있을까요. 그렇다면 혹시 달라질 수 없는 것, 브랜드에 있어서의 ‘마누라와 자식’ 같은 것도 있을까요? 그것은 자기다움, 다른 말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일 것입니다. 브랜드 DNA나 브랜드 에센스 등으로도 표현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브랜드의 본질을 담은 씨앗입니다. 다른 어떤 땅에 심기더라도, 즉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자기다운’ 브랜드를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씨앗 말입니다.
출처=Unsplash/Paz Arando
전략적인 결정하에 씨앗을 심었든, 또는 치열하게 꽃을 피웠던 자리에 열매가 맺혀 그 안에서 씨앗을 발견했든, 모든 브랜드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갖습니다. 씨알이 굵든 적든, 윤곽이 흐릿하든 또렷하든, 당신의 브랜드에도 아이덴티티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모습으로 피어날지언정 본질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만약 아이덴티티를 변경한 브랜드가 있다면, 즉 자신의 본질을 다르게 정의하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브랜드가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브랜드는 로고를 바꿨을 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르게 정의하기 시작했을 때 다른, 새로운 브랜드가 됩니다. 비록 같은 이름으로 불릴지라도 말이죠.
브랜드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아보카도가 소셜임팩트 조직의 대표님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님과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짧지 않은 시간을 떠들어대지만, 돌아서면 언제나 겸손하지 못함에 대한 후회가 남습니다. 아보카도가 소셜임팩트를 만날 때 항상 먼저 드리는 말씀은 ‘대표님이 컨설턴트보다 훨씬 더 큰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으셨다는 것만으로도 대표님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앞으로도 끝없이 변화하면서, 변화의 힘으로 대표님의 영역에서 임팩트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혁신을 만들어가고 계신 소셜임팩트 생태계의 대표님과 구성원분들을 마음 깊이 존경합니다.
10화에서 소개할 소셜임팩트는 ‘Beauty that coexists(공존하는 뷰티)’라는 정체성을 가진 율립(YULIP)입니다. 율립은 2017년 원혜성 대표가 창립한, 올해로 6년 차인 뷰티 브랜드입니다. 성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창립한 이후 율립에는 크게 세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원혜성 대표는 10년 동안 뷰티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면서 많은 제품을 접하고, 알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타고 난 피부가 예민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천연 화장품이 아니면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민감한 피부로 고생하다 방문한 피부과에서 ‘립스틱 성분이 포인트 리무버로 지워도 남아 트러블을 일으키니, 립스틱을 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원 대표는 자신처럼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100% 천연 유래 성분 립스틱, 아이나 암 환자도 쓸 수 있는 립스틱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자녀의 이름과 립스틱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율립이라는 네임을 짓고, 미국 USDA, 영국 Soil Association 인증을 받은 성분으로 만든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출처=YULIP
율립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창업과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출시를 앞둔 시점에 한 대기업에서 먼저 비슷한 컨셉의 립스틱을 출시한 것입니다. 원 대표는 고민 끝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장성을 검증해 보기로 합니다. 실패하면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각오도 했습니다. 율립의 첫 번째 제품은 3일 만에 1,750만 원을 달성하며 작은 가설을 검증해줬습니다.
율립의 첫 번째 변화는 미래를 건 과감한 테스트 런칭이었습니다. 펀딩을 통해 율립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고객의 공감을 확인한 것입니다. 펀딩 성공 이후, 카카오 메이커스에도 진출해 초도물량 완판의 기록을 세웁니다. 그다음 율립의 행보는 무엇이었을까요?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고 H&B 스토어나 백화점으로 진출했을까요?
원혜성 대표는 우리가 아는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유통 채널에 휘둘려 브랜드의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이 율립을 두 번째 터닝 포인트로 이끌었습니다. 바로 유기농 원료에 대해 더 넓고 깊은 수요가 있는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습니다. 오픈 두 달 만에 아마존의 ‘Amazon choice’에 선정되는 등 단기간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에도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성과였습니다. 율립은 아마존 사례를 발판으로 2019년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출처=YULIP
율립의 세 번째 터닝 포인트는 시장의 위기로부터 찾아왔습니다.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그것입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예정되어 있었던 모든 미국 행사도 취소되었습니다. 다른 기업이라면 사업 자체를 일시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했을 텐데요. 원 대표의 결단은 달랐습니다.
바로 브랜드를 진화시켜 율립 2.0으로 새로 거듭나고자 했던 것입니다. 변화의 핵심은 ‘건강한 제품’, ‘무해한 제품’에서 ‘공존하는 제품’으로 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시기가 끝났을 때, 새로운 것을 선보이지 못하면 그대로 잊혀질 거라는 생각이 원 대표를 추동했습니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씨앗’을 모티프 하는 생분해 성분의 립스틱 케이스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남들이 모두 만류했지만 1년 반을 투자했고, 대기업도 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성과를 냈습니다. 10년 이내에 흙으로 돌아가는 케이스에 심지는 리필 심처럼 갈아 끼울 수 있게끔 했습니다. 패키지도 쓰레기를 줄이면서 분리수거가 용이한 형태로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출처=YULIP
변화와 적응을 통해, 율립은 2023년 상반기에 이미 2022년의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남원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지역 원료를 사용한 ‘지리산 눈물 세럼’을 개발해 와디즈 펀딩 금액 1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 브랜드를 변화하고 진화시켜 온 율립. 율립은 이제 브랜드의 확장과 다음 단계인 율립 3.0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수가 아닌 소수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브랜드로서, 가치를 지지하는 고객들과 직접 만나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율립 커뮤니티’를 여는 것도 그중 하나의 방향입니다. ‘세컨드히어로’와의 인터뷰에서 원혜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끊임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 성장할 점이 보이면 당연히 우리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떠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소셜임팩트뉴스를 위한 브랜딩 법칙’ 연재에 보내주신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의 인사이트와 새로운 소식은 인스타그램과 뉴스레터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2024년에도 자기다움으로 빛나는 소셜임팩트 브랜드가 되시기를 아보카도가 응원하겠습니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아보카도에서는 스몰브랜드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브랜딩tip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어요. 2주에 한 번, 나만의 브랜드를 점검하며 지금 바로 브랜딩 할 수 있는 러닝메이트 같은 '바로 브랜딩 레터'와 함께하세요! 세상 모든 스몰 브랜드가 누구나 나만의 브랜딩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바로브랜딩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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