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1 소셜임팩트, 창업가가 곧 브랜드다
2023.10.04 조회수 900
인터넷에 이런 밈이 있죠.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실전 창업은, 특히나 소셜임팩트 조직을 시작하는 것은 쉬운 결심이 아닙니다. 창업한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어렵죠. 오래 가는 브랜드에는 바로 이 ‘WHY’가 있습니다. 사회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이유, 그중에도 이 방법을 선택한 분명한 까닭.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가 소셜임팩트 조직을 만나면 꼭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일을 왜 하고 계시나요?” 그러면 미션 스테이트먼트에서 볼 법한, 그럴듯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뇨, 멋있는 말 말고요. 대표님이 이 사업을 시작하신 진짜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셜임팩트 브랜드에 있어 창업가의 동기와 철학, 비전은 브랜드 그 자체입니다. 결코 창업가와 브랜드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창업가의 사고와 행동은 소셜임팩트 브랜드의 씨앗입니다. 브랜드의 네임이나 로고는 물론이고 운영하는 SNS 채널의 피드 하나에도 창업가의 생각이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죠. 그런데 소셜임팩트 창업가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씀드리면, 대체로 입을 열기를 망설입니다.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양 말하기가 부끄럽고 낯 간지러운 마음이실 텐데요. 우리에게는 조금 더 용기를 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소셜임팩트 조직도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전하는 경쟁자도 많습니다. 네트워크와 입소문을 중심으로 사업 초기의 기반까지는 마련할 수 있겠지만,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고 또 지속하려면 경쟁사와의 차별화가 필수입니다.
창업가의 존재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강력한 차별화의 수단이 됩니다. 고객은 창업가라는 문을 열고 브랜드의 세계관으로 들어옵니다. 파타고니아에서 이본 쉬나드를 분리할 수 없고,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를 지울 수 없다는 점을 떠올려 보세요.
출처=Unsplash/Md Mahdi
창업가의 손때가 묻어 있는 소셜임팩트 브랜드를 고객은 더 진정성 있게 느낍니다. 창업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고객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이입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창업가에 대해 아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지인이나 SNS에 알리기도 좋습니다. “여기 대표가 이런 경험을 해서 시작한 브랜드라 하더라고!”
또, 창업가의 존재감은 함께할 인재를 불러모읍니다. 창업가의 진실된 이야기는 동료에게 믿음을 주고, 동일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끔 해줍니다. 소셜임팩트 조직은 이윤으로 동료를 설득하기 어렵고, 뜻으로 설득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무형의 존재와 철학이 우리의 미션을 해결할, 소셜임팩트의 시작이자 끝인 조직을 구성해주는 셈입니다.
창업가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게 꼭 대단한 영웅담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어린 시절의 어떤 경험이나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했던 자신과의 약속 같은 것일 수도 있어요. 처음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순간, 어디를 가도 무시받았던 초기의 서러움, 우리 제품·서비스가 처음 인정받기 시작했을 때의 희열. 이런 반짝이는 순간들이 모여서 만든 창업가의 정체성은 그 자체로 브랜드의 자양분이 됩니다.
출처=Unsplash/lan Schneider
당연하게도, 창업가의 문제의식과 가치관이 없는 소셜임팩트 조직은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우리 브랜드의 창업가를 구체화해 보세요. ‘누가, 어쩌다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여 보세요. ‘이 일을 하면서, 그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또는 무엇을 느꼈을까?’
창업가의 흔적은 온라인에 올려놔도 좋고, 인터뷰를 통해 알리거나 브랜드 필름 등을 촬영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핵심 철학과 비전이 고객과 투자자에게 잘 전달되는 것입니다. 창업가의 존재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형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즐겨 찾는 채널이 어디이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소셜임팩트 브랜드에서 창업가의 존재를 뚜렷하게 만드는 데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대신, 더 자세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스토리의 과학》*이라는 책을 인용해 보려 합니다. 저자는 성공적인 창업자 스토리의 네 가지 요소로 다음의 네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킨드라 홀, 윌북, 2021.
1) 분명한 캐릭터: 창업자가 누구인지가 선명히 드러나야 합니다.
2) 진실한 감정: 감정이 들어갈 때 더 마음에 와닿고 기억에 남습니다.
3)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시간이나 장소 등을 언급합니다.
4) 구체적인 디테일: 관객들이 보편적으로 알 만한 디테일을 살립니다.
출처=Unsplash/Minator Yang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1편에서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부터는 실제 사례로, 한 소셜임팩트 창업가와 브랜드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아티클로 다루기 위해 약간의 형식을 더하고 다듬었지만, 한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만듦새가 아닌 사람 자체에 찬찬히 집중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자립십을 닮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였습니다. 그가 열세살 때, 직접 교회를 짓던 아버지의 눈에 벽돌이 튀었습니다. 아버지는 결국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는 대신 교회로 가는 길을 몽땅 외웠습니다. 2년이 더 걸려, 끝끝내 건축을 완성했습니다. 아버지는 이후 새로운 직업을 찾았습니다. 경매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밤낮으로 경매법을 공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그는 군에 입대했습니다. 아버지의 재기로, 휴가 나올 때마다 세간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국 유학을 떠나다
제대 이후, 그는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마늘과 양파를 팔고 온라인으로 옷을 팔아 학비를 벌었습니다. 그 돈으로 영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스시집 아르바이트와 하숙 일로 돈을 모았는데요. 그런 그가 처음 자신을 위해 선물한 것은 바로 로버 미니 중고차였습니다. ‘미스터 빈’이 타던, 20년도 더 된 차를 큰마음 먹고 150만 원에 샀습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길가에 세워둔 미니가 뺑소니 사고를 당합니다. 결국 폐차의 수순을 밟게 되죠.
미니가 그에게 남긴 것
차가 너무 아쉬웠던 그는 시트 하나를 떼어다가 소파처럼 썼습니다. 가죽 질이 썩 좋았습니다. 시트와 가까워지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차량용 가죽은 질도 좋고 수명도 긴데, 폐차가 되는 순간 애물단지가 된다는 것을. 연간 400만 톤의 폐가죽이 무의미하게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석사 과정으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컨티뉴를 창업하다
2013년, 그는 가방에 폐가죽과 안전벨트를 넣고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1년 동안 전국의 폐차장을 돌아다녔습니다. 꿈꿨던 일로 환경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이끌었습니다. 업사이클링 기업 ‘모어댄(MORE THAN)’을 설립하고 브랜드 ‘컨티뉴(CONTINEW)’를 론칭합니다. 컨티뉴는 한 달에 1톤의 가죽을 재활용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2017년에는 BTS의 RM이 메면서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2021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 유니콘’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60개사 중 유일한 소셜임팩트 기업이었습니다. 모어댄 최이현 대표는 컨티뉴의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위의 사례는 얼마든지 더 짧게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두 문장으로 줄여보면 다음과 같죠. “컨티뉴는 최이현 대표가 아끼던 자동차 한 대에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유학 시절 아끼던 차를 폐차하면서 시트를 뜯어왔던 경험이 창업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미 컨티뉴에서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처럼, “가방이 된 자동차” 정도가 되겠습니다.
출처=CONTINEW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최이현이라는 창업가와 컨티뉴라는 브랜드가 기억에 남으실 것 같나요? 앞서 이야기한 창업자 스토리의 네 가지 요소도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자립심이 강한 대표(분명한 캐릭터)와 진실한 감정(열정, 환경에 기여하려는 마음), 중요한 순간(로버 미니의 폐차), 구체적인 디테일(150만 원 등)이 모두 들어 있죠.
만약에 창업가의 정체성을 모르는 채로 다음과 같이 브랜드를 소개받으셨다면 어떠셨을까요? “모어댄이라는 회사에서, 폐차 가죽을 재활용해서 컨티뉴라는 가방 브랜드를 만들었대.” 아마 프라이탁이나 119레오 등을 떠올리며, ‘자동차 가죽이라 하니 새롭기는 하지만, 또 비슷비슷한 브랜드가 하나 나왔구나’ 느끼셨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이현이라는 창업가의 캐릭터와 감정, 경험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접한 이상 고객의 기억에 컨티뉴는 고유한 모양으로 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가방에 불과했던 것이, 이 브랜드를 만든 창업가의 존재를 알고 나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가방으로 보입니다. 또는 더 나아가서 나의 가치관과 감각,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무엇으로 느껴집니다. 당신에 대해 알기 이전과 알고 난 이후의 고객의 마음이 다르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소셜임팩트 창업가입니다.
소셜임팩트 조직의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온,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www.abocado.kr)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혁신하는 소셜임팩트뉴스와 협업 기고를 시작합니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10’은 총 10개의 아티클로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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