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트렌드 뉴스 #58] 인스타에서 난리난 밈의 공통점
2021.02.22 조회수 6,092
난리 났네, 난리 났어! (a.k.a 유퀴즈) 요즘 SNS엔 갖가지 밈으로 가득하죠? 인스타그램에 #meme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억 개가 넘는 게시물이 조회되더라고요. 사진, 영상, 짤방 등 형태는 다양하고, 주제도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힘을 뺀 재미예요. 아마 밈을 만들면서 어려운 기술과 오랜 시간을 들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물론 밈을 활용한 마케팅 혹은 브랜딩 전략에는 진지한 고민이 들어가겠지만, 밈을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라는 사실은 틀림 없어요. 이번 레터를 보면 밈을 이렇게도 풀 수 있구나, 싶을 걸요?
지난주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군 이벤트가 있죠. 브랜드에서 올린 스토리를 캡처해서 자신의 스토리에 브랜드 태그와 함께 올리는 단순 이벤트인데요. 다들 하나쯤 참여해보셨나요? 크고 작은 가구점부터 음식점, 쇼핑몰, 심지어 음악 레이블에서까지 진행한 이 이벤트는 ‘라인하프’라는 모듈 가구 브랜드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전주에 위치한 스몰 브랜드 라인하프의 이 스토리는 무려 14만 뷰를 기록했다는데요. 제 지인들의 스토리에 올라오는 게시물 수만 봐도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왼쪽부터 라인하프, 얼로너, 라덴스의 이벤트 밈 캡처본
빠르게 퍼지는 이 작은 이벤트를 캐치한 브랜드들은 발 빠르게 라인하프라는 이름과 상품만 자신들 것으로 바꿔 내걸었어요. 이런 게시물을 ‘밈(meme)’이라고 하죠. 밈은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할 때 등장한 용어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짤방을 말해요. 사람들이 밈을 재생산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아요. 라인하프의 인스타그램 이벤트의 경우엔 단순한 재미용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요. 사람들은 홍보 게시물임에도 ‘이 글을 누가 읽을지 모르겠지만’이라는 자신 없는 투로 시작한 게시물에 재미를 느끼며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인 거죠. 또 24시간 뒤엔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특징이 딱 맞아떨어졌어요. 단순 재미로 한 일이 피드에 오래 박제된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쉽게 참여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이렇듯 밈은 쉽고 빠르게 바이럴 된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밈을 활용하려면 신속한 행동력이 필요해요. 쉽고 빠르게 퍼지는 만큼, 인기가 식는 속도도 빠르거든요. 그러니까 유행하는 밈이 있다면 오랜 고민 끝에 거창한 의미를 담거나 의미를 한 번씩 비틀지 말고, 시기를 놓치기 전에 일단 툭 던져보세요. 라인하프처럼 ‘일단 던져 보는데, 반응 없으면 말고’ 식으로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이렇게 앉아 있었을 뿐인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였죠. 이때 새롭게 취임한 대통령보다 더 주목받은 주인공이 있어요. 바로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인데요. 낡은 점퍼와 알록달록한 벙어리장갑을 낀 채로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던 샌더스. 그는 왜 주목을 받았을까요? 가장 먼저 그의 의상이 눈에 띄었어요. 취임식에 있던 모든 남성이 양복에 코트를 걸쳐 격식을 갖춘 데 반해, 샌더스는 전형적인 80대 할아버지 패션을 하고 있던 거죠. 게다가 손에 낀 장갑은 2년 전 그의 지지자가 스웨터를 푼 실로 직접 뜬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레드 카펫이 깔리는 권위적인 자리인데, 이곳에서 할아버지 복장을 입었다는 아이러니가 사람들에겐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이런 소탈한 모습은 평소 샌더스가 말하던 정치적 신념과 맞닿아 있었어요. 실제로 취임식 이후 왜 그런 의상을 입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는 아주 추운 곳”이라며 “버몬트 사람들은 따뜻하게 입는다”라고 답했을 뿐이죠. 그의 일관된 자세, 그리고 왠지 정치권에 불만을 가진 듯한 표정에 미국의 많은 젊은이는 자신들의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는 듯했습니다. 또 대선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그의 짠한 상황에 자신들의 현실을 대입해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다양한 해석으로 재생산되는 버니 샌더스 밈
버니 샌더스 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다양한 해석으로 마구 재생산되기 시작했어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에 주인공들과 나란히 앉아 있기도 하고,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진 ‘마천루에서의 점심’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앉아 있기도 합니다. 샌더스 밈 열풍에 힘입어 버니 캠페인 스토어에서는 샌더스의 모습이 그려진 굿즈도 선보였어요. 판매 수익은 버몬트주 노인들의 식사 제공 서비스를 위한 비영리단체 ‘Meals on Wheels’에 기증되었다고 하네요. 재미와 풍자로 이뤄진, 요즘 유행하는 밈에는 요즘 사람들이 지지하는 가치가 담겨 있어요. 샌더스의 털 장갑이 인기를 끄는 덴 리사이클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 자리하듯이요. 만약 재미를 위해 누군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밈을 만든다면 밈의 확산과 함께 공개 처단 당할지도 몰라요.
‘밈이 뭔지는 알겠고, 그래서 밈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데?’라는 물음이 드실까 몇 가지 사례를 보여드릴게요. 정말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되고 바이럴 되는 밈 형식을 갖춘 콘텐츠는 ‘MBTI’ 콘텐츠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노답 삼 형제 중 하나인 ENFP인데, 여러분은요?) 작년 한 해는 MBTI 얘기로 단톡방이 조용할 틈이 없었죠. ‘너 이거 해봤어?’, ‘우린 천생연분이네!’ 하면서요.
온라인에 떠도는 노답 삼 형제 이야기
MBTI 유행이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내 성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정도였어요. ENFP인 나는 재기 발랄한 활동가 형이구나, 식이었죠. 그런데 이게 유행에 유행을 거듭하면서 브랜드에서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했어요. ENFP에게 어울리는 과자, ENFP와 어울리는 화장법 식으로 유형과 어울리는 제품을 매칭해줬죠. 이제 질릴 만하면 새로운 버전이 나왔어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도 MBTI 열차에 가까스로 탑승했었는데요. 퍼블리에서 만든 MBTI가 새로웠던 이유는 사람은 저마다 한 가지 유형이 아닌 다양한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에요. 평소의 나는 ENFP이지만, 회사에서 일할 때만큼은 엄격한 스티브 잡스가 나오는 아이러니를 재밌게 표현한 거죠. 쉽게 치고 빠지는 밈의 유행 속도는 다른 유형의 콘텐츠보다 빠른 게 사실이지만, 어떤 관점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뻔하지 않은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네요!
ENFP인 저의 회사용 부캐.. 거의 지킬 앤 하이드 급 이중인격이죠? ^_^
MBTI 밈으로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람들은 콘텐츠나 문화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타인과의 연결을 원한다는 점이에요. 사실 ENFP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닌데도 ENFP끼리 연대의식을 즐기잖아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MBTI 마케팅이 먹힐지 모르겠지만, 뻔한 MBTI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든지, 유형의 관계성을 잘개 쪼개서 F형과 T형의 차별점을 공략하는 등의 전략을 활용하면 조금 더 써먹을 수 있는 밈이 되지 않을까요?
‘곰표’,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당연히 밀가루 아니면 사료죠? 어릴 적 동네 빵집을 가면 곰표 밀가루가 포대로 쌓여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익숙한 곰표가 Z세대 사이에서는 낯선 존재였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힙의 대명사지만요.) 그도 그럴 게, 곰표는 나이가 70에 가까운 올드 브랜드거든요. 하지만 곰표는 그대로 안주하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곰표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 왼쪽부터 4XR과 만든 패딩, 7bräu와 만든 맥주, 자연퐁과 만든 주방 세제.
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B2C 전략을 세우는데요. 곰표가 첫 콜라보를 시작한 곳은 ‘4XR’이라는 쇼핑몰이에요. 4XR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우연으로 시작됐어요. 4XR이 곰표의 심볼을 활용해 티셔츠를 만든 게 발단이었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당시 곰표 마케팅 팀장은 ‘이게 먹히는구나’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해요. 그래서 4XR과 정식 제휴를 맺어 티셔츠 1000장을 한정 판매했는데, 이게 대박이 난 거예요. 이후엔 곰표 패딩도 제작하고, 그다음엔 ‘CGV’와 팝콘 프로모션 진행, ‘7bräu’와 밀맥주, ‘자연퐁’과 주방 세제 등을 발매했어요. 곰표 맥주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요. 지금도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는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그런데 밈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왜 곰표의 B2C 전략 얘기를 하느냐고요? 곰표의 콜라보 행보가 밈을 발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거든요. 밈은 콘텐츠를 단순 복제해서 파생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하죠. 곰표의 북극곰 로고는 여러 형태의 제품 위에 얹어지면서 그 제품에 곰표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밈은 단순히 디지털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이렇게 상품 생산에까지 적용해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맨 처음 언급했듯이 사실 밈의 시작은 다소 불건전해요. 밈은 조롱이나 웃음거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문가들은 지난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휩쓴 ‘1일 1깡’도 악플이 희화화된 사례라고 말해요. 그렇다 보니 개그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거죠. 다행히 깡 문화는 당사자 역시 즐기는 분위기였지만요. ‘개그일 뿐인데 진지하게 받아들이냐’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겠죠?
마케팅 영역에서도 역시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유행하는 밈이 많은 바이럴을 양산하는 건 분명하지만, 정도에 따라 해당 브랜드의 결을 해칠 수 있거든요. 맥락과 스토리텔링이 갈수록 중요시되는 때에 고민 없이 진행한 밈 마케팅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어요. 밈을 사용하더라도 브랜드의 지향점에 따라 취사 선택하는 게 좋을 듯해요.
수박레터가 더 맛있어지려면 여러분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요즘 뜨는 브랜드와 트렌드를 한번에 받아 보고 싶다면? (클릭)
작성하신 설문지는 제출 후 30분이내에만 내용 변경이 가능합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 내내 작성한 설문지는 확인이 가능합니다
공유하기
계정이 연결되었습니다.
인기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