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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브랜드 법칙 #04. 스토리에 로컬을 녹여라

2023.02.09 조회수 1,781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연 있는 인물,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진정성 있는 에피소드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 보는 책이더라도 책의 제목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인지를 들려주며 추천해주기도 할만큼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죠.

진정성도 한 몫 하지만, 이야기가 즐거운 힘을 가지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도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각자에게 생겨나는 문제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죠. 이처럼 저마다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다름’은 결국 그 브랜드만의 ‘다움’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고유한 다름과 다움이 담긴 브랜드 스토리도 강력한 소설만큼이나 브랜드의 재미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스토리에 ‘로컬’을 붙이면 더 날카로운 의미가 생깁니다. 

‘나만 가진 남다른 이야깃거리’에 지역성이 더해지면 ‘그 지역에서 나만 가진’ 이야깃거리로 변신하기 때문이죠. ‘우리 브랜드는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요.’ 라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브랜드에게도 이야기는 반드시 있습니다. 각자의 사정, 각자의 지나온 역사, 각자의 시작과 앞으로 나아갈 계획 같은 것들요. 누구에게나 있지만 사실 나만 가지고 있는 것, 오늘은 로컬 브랜드를 위한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스토리는 ‘나만이 가진 이야깃거리’만 있다면 누구나 어디에서나 만들 수 있습니다. 

엄마와 딸이 만든 비건 뷰티 화장품 ‘셀룸’은 피부를 잘아는 피부과 의사 엄마와 화장품학을 전공한 딸이 서로의 피부를 걱정하며 만든 뷰티 브랜드였어요. 이 때문에 늘 셀룸에는 고객을 만나는 곳 어디에나 엄마와 딸의 모습이 등장한답니다.

 

(출처: 지니)

한옥에서 향수를 파는 브랜드 ‘그랑핸드’는 삼청동에 살던 정준혁 대표가 삼청동의 한옥 짓는 과정을 매일 보게 되면서 탄생했다고 해요. 목수와 기와장이가 어울려 나무를 갈고 세우고 끼우는 섬세한 과정들에 매력을 느꼈고, 모든 과정의 ‘손길’이 건축물에 담겨있다는 매력을 향수를 파는 내 브랜드에도 적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한옥에서 선보이는 향수가 탄생했죠.

 

(출처: 대구부산고속도로주식회사)

‘지역성’이 있는 로컬은 이런 각자의 사정이 더욱 매력적이에요. 대구의 김광석 시인 거리나 서울의 경리단길처럼 지역만의 특징을 브랜드에 녹이기 쉽기 때문이죠. 서울의 경리단길을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리단길이 많이 생겨났는데, 사실 경리단길은 국군중앙경리단(현 국군재정관리단)이 이태원의 이 길목 초입에 위치해 생겨난 이름입니다.

즉,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쌓아온 시간을 가진 ‘지역’과 그 지역의 브랜드에게 스토리는 더 강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로컬에서는 우리 브랜드를 찾아주는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기’를 가진 셈입니다. 로컬로 찾아와 직접 먹어보고, 겪어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우리 브랜드만의 에피소드가 탄생하기도 하니까요. 대화 하고, 관계를 쌓고,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로컬 브랜드의 스토리가 더 풍성하게 쌓여가는 것이죠.

 

그 지역에 하나뿐이기에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나만 가진 것이기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야기. 고객에게 기억과 진정성의 매개체가 되는 로컬 브랜드의 스토리. 로컬 브랜드를 위한 4번째 법칙은 ‘스토리에 로컬을 녹여라’입니다.

 

 


 

도심 주택가에 아들 감성을 녹인 동래아들 막걸리

 

(출처: 부산일보)

부산 동래구의 주택가 한가운데 양조장이 차려졌습니다. 100% 국내산 쌀로 풍부한 단맛을 내는 이곳, 동래아들 막걸리입니다. 소믈리에에 푹 빠졌던 조태영 대표는 5년 넘게 프랑스 등 외국을 돌아다니며 술을 배웠고, 이렇게 쌓은 술에 대한 지식으로 고향인 부산에 돌아가 막걸리로 승부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조대표가 도심 주택가를 양조장 위치로 선택한 것에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막걸리를 떠올렸을 때 한복을 입은 고상한 장인을 떠올리는 것이 싫었다고 해요. 막걸리는 고상하고 어렵게 마시는 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부담없이 편하게 마시는 캐주얼한 술이라는 생각이었죠. 그가 막걸리를 ‘캐주얼한 술’이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도심으로 막걸리 양조장을 불러왔고 이것이 개성있는 스토리가 된 셈이에요.

 

(출처: 현대백화점 공식 블로그)

동래아들 막걸리라는 이름 또한 그가 동래라는 지역과 끈끈하게 연결되어있음을 이야기로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직동과 초읍동에 살았던 조대표가 그야말로 ‘동래의 아들’이었어요. 장인이 아니라 동래구 동네에서 술을 빚어주는 손맛 좋은 아들, 그리고 그의 막걸리. 그게 바로 조태영 대표와 동래아들 막걸리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이죠. 아직도 ‘이야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고 해요. 막걸리를 부산의 우리 음식이나 부산 내 다양한 관광 코스와 연계할 계획이라고 하니 점점 더 깊은 스토리가 녹아들어 맛있는 문화가 되겠네요!

 

 

남편의 정성이 탄생시킨 작은 마을의 행복한 햄버거, 므므흐스부엉이버거

 

경북 칠곡군 왜관 읍내, 차로도 10분 넘게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마을의 햄버거 가게에 1년에 약 8만 명이 찾아 온대요. 2022 로컬페스타 최우수팀으로 선정된 ‘므므흐스부엉이버거’입니다. 모든 날 매순간 행복한 사람들의 초성을 딴 이 브랜드에는 아내를 향한 남편의 정성이 담긴 이야기가 있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직장 생활과 유학 생활을 거쳐 남편을 만나게 된 배민화 대표는 남편의 고향인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내려가 여유있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부부는 지금의 버거 가게 자리인 마을의 폐허공장을 계약했어요. 1980년대 마늘 공장으로 운영되었던 곳을 개조해 ‘어린이 미술관’을 운영하기로 했었죠. 그런데 곧바로 아이를 갖게 되고, 뱃속의 아기가 수제버거를 먹고 싶어 했다고 해요. 이에 남편인 곧장 배민화 대표와 아기를 위해 좋은 재료로만 건강한 수제버거를 만들어주었는데, 이 버거의 레시피가 지인들에게까지 큰 입소문을 타게 되어 지금의 므므흐스부엉이버거를 탄생시켰습니다. 

 

 

(출처: 쑥대디의 세상만사 블로그)

명함의 커다란 글씨, 햄버거 가게의 한옥마을 체험. 모든 것은 왜관마을로부터

처음에는 칠곡의 농산물을 직접 사오는 정도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칠곡 농산물 뿐만 아니라 토마토나 양파, 마늘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왜관마을에서 나는 친환경 채소와 토마토를 활용하고, 경남 밀양의 흑마늘 진액을 활용한 햄버거 빵, 능이버섯 패티 등을 사용하며 건강한 로컬 햄버거로 자리잡고 있다고 해요. 16종의 수제버거는 당뇨 환자, 임산부, 소화가 어려운 노인들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인데다 월평균 버거 판매량이 6,300개에 이른다고 하니, 남편의 사랑으로부터 만들어진 건강한 햄버거 맛을 보러 왜관마을까지 갈만도 하네요! 이렇게 가족의 사랑도 브랜드의 하나뿐인 스토리가 될 수 있어요. 고령의 손님이 많은 마을의 특징 덕에 큼직큼직하게 쓰인 명함의 글씨도 므므흐스만의 매력이고, 한 시간 이상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해 매원 한옥마을 산책 코스 이벤트 덕에 매원마을에도 활기가 생겼다고 합니다.

 

 

1913 송정역 시장, 여기 이 사람들이 스토리 그 자체

 

(출처: 월간 디자인)

광주의 1913 송정역 시장은 그 지역에만 있는 상인들의 다채로운 스토리가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송정역 시장은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졌어요. KTX 역사 3분 거리인만큼 여기저기서 장꾼들이 몰리기 시작해 1970~80년대 제2의 대합실 역할을 하는 시장이었죠. 점점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지는 듯 했지만 이 시장에는 30~50개 점포가 가진 각자의 ‘오래된 이야기’라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출처: 1913 송정역시장 공식 블로그)

앞으로의 송정역 시장 브랜드 이야기는 지난 100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장의 가게들을 살펴보면 각자가 가진 이야기와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35년 미용 기술로 송정역 시장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개미미용실’에는 20살부터 서울의 종로 ‘개미미용실’에서 최신 기술을 배웠던 원장님의 이야기. ‘상태야채’는 큰아들 상태의 이름을 걸고 가족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채소를 판매하는 이야기 등 정겨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1959 호남상회, 1972 수미양장점, 1984 송정떡집. 각자의 역사가 언제부터였는지도 돋보이는 포인트입니다. 이처럼 시장 본연의 옛 분위기를 없애지 않고 따스하게 살려냈어요. 현재는 송정역 시장이 가진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를 브랜드에 녹이고 싶은 청년들까지 합세했습니다. 양갱, 식빵, 어묵, 커피 등 17개 청년샵이 오래된 송정역 시장에 어우러져 지역민들과 함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나만 가진 이야기에 로컬을 녹여 더 특별해진 브랜드 스토리, 어떠셨나요? 우리 지역의 전성기, 내 브랜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 동네 주민 분이 찾아와 우리 가게에 대해 던져주었던 한마디가 우리 가게에 변화를 주었던 것까지. 어떤 것이든 여러분의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로컬에서 만들어진 우리 브랜드의 친근한 이야기로 브랜드의 진정성을 전하고, 브랜드 팬을 만드는 로컬 브랜드가 되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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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브런치] 로컬을 브랜드로 만드는 로컬 브랜드 법칙 03 : 브랜드 네임에 지역 명칭은 필수가 아니다 https://brunch.co.kr/@thewatermelon/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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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브런치] 로컬과 브랜드, 토크 세미나로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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