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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브랜드로 말하는 브랜드

2021.05.21 조회수 25,636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집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과 마음을 나눌 친구가 되어야 한다 등 좋은 브랜드에 대한 여러 견해가 많은데, 우리 브랜드는 무엇에 더 집중할지 고민이 되죠? 저마다 좋은 브랜드의 조건을 다르게 말하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긴 하더라고요. 사랑받는 5개의 브랜드를 통해 브랜드를 이야기해 볼까요?

 

 

위기에 빛나는, 오롤리데이

갈수록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해지면서 우리나라의 전통 역사와 문화가 왜곡된 형태로 중국에 소비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문화가 중국의 문화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제 하다못해 우리나라의 브랜드까지 그대로 가져가고 있는데요. ‘오롤리데이’의 이야기예요. 오롤리데이는 ‘행복’을 키워드로 한 여러 문구와 패션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요. 무엇보다 못난이 캐릭터가 시그니처인 브랜드죠. 사람도 그렇듯 브랜드도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정체성이 공고해지는 것 같아요. 오롤리데이는 수많은 위기를 소비자와 함께 이겨내며 대중의 삶에 친구로 자리 잡은 브랜드예요.

얼마 전 오롤리데이 계정에 자신들의 브랜드가 중국에 론칭됐다는 소식이 올라왔어요. 중국에 진출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오롤리데이라는 이름은 물론이고 디자인, 제품군 모두 그대로 베껴 간 쇼핑몰은 심지어 중국 백화점에도 입점돼 있었어요. 단순히 짝퉁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 정말 브랜드를 만들어버린 거죠. 심지어 오롤리데이엔 없는 상품인 맨투맨을 신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하고요. (부들 부들..) 오롤리데이는 해당 업체에 항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오히려 ‘자신들은 2011년부터 만들었다며 도용한 건 당신들’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업체에 항의하는 개별적인 대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오롤리데이는 지난해에 6년 간 일군 인스타그램 계정을 해킹 당하기도 했어요.

T_T 이 위기도 기회로 이겨냈답니다. ⓒ오롤리데이 인스타그램

 

오롤리데이는 이 위기를 그냥 흘리지 않았어요. 자신들의 브랜드를 되찾기 위함을 넘어 한국의 브랜드를 되찾기 위해 와디즈에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어요. (링크를 따라가시면 오롤리데이 브랜드의 지난 8년 역사를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사실 이 프로젝트는 와디즈와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먼저 제안을 준 거라고 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관심을 갖게 되면 개인의 분쟁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목표 모금액 5천만 원은 오롤리데이의 권리를 되찾아 오기 위한 국제 소송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해요. 1년여 간의 긴 싸움이 예상되는데, 국제 소송 비용은 무려 1억 원 이상이라고 하네요. 오롤리데이 계정 해킹 사건 때도 소비자들과 함께 위기를 이겼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소비자들과 함께 딛고 일어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해요, 오롤리데이!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는, 뉴닉

주변 친구들 중에 그런 친구 하나쯤 있나요?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서 늘 뉴스 소식을 알려주는 친구 말이에요. 어려운 경제 뉴스도 재밌고 쉽게 말해주고요. 주변에 이런 친구 한 명 있다면 어디 가서 세상살이에 대해 아는 척하기 수월할 거예요. 이런 친구가 없다고 하더라도 낙심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 친구 역할을 해주는 브랜드가 있거든요. 바로 ‘뉴닉’인데요. 아마 수박레터를 구독하시는 분들이라면 ‘뉴닉’도 구독하실 것 같아요.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MZ 세대에게 매주 힙하고 재밌는 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줘요.

ⓒ뉴닉 인스타그램

뉴닉은 분명한 타깃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시작한 브랜드예요. 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데, 그 이유는 신문과 미디어에서 다루는 뉴스의 언어가 어려워서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MZ 세대에게 뉴스를 쉽게 알려주자는 목표로 뉴스레터 메일링을 시작한 거예요. 한 마디로 지식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요. 뉴닉이 타깃 하는 층은 명확해서 다루는 뉴스도 그들이 관심 있을 만한 경제, 환경 이슈 젠더 문제 등을 주로 다룬다고 해요. 친구가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고슴이라는 캐릭터도 만들고, 고슴이 특유의 ‘~하슴’ 말투도 만들었어요.

이렇게 명확한 문제 해결을 위한 브랜드로 탄생했다 보니, 뉴닉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두 대표와 비슷한 사람들만 뉴닉의 서비스를 좋아할 줄 알았대요. 근데 막상 10대나 주부도 좋아하고, 심지어 기업의 팀장들도 좋아해 놀랐다고 해요. 좁은 타깃의 문제를 두고 시작했지만, 그게 오히려 다양한 사람의 공통적인 문제를 긁어준 격이 된 거예요. 덕분에 현재까지 구독자 30만 명을 모았고, 지난해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는 이례적으로 6억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거겠죠.

 

 

자신의 감각에서 출발하는, 발뮤다

한편 세상의 문제나 누군가의 어려움을 돕고자 하는 목적이 아닌 순전히 자신의 감각을 발현하고자 시작한 브랜드도 있어요. '발뮤다'인데요. 발뮤다에서는 다들 아시다시피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토스터기가 유명하죠. 발뮤다의 창업자인 테라오 겐은 청소년 시절 홀로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넉넉하지 않은 돈을 갖고 떠났기에 굶주리기도 했는데, 작은 마을에서 우연히 갓 구운 빵을 맛본 거예요. 근데 이때 빵을 한입 베어 물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이때의 빵 맛을 잊지 못해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그때의 쾌감을 재현해 줄 토스터기를 만들었다고요.

 

발뮤다의 첫 제품인 x-베이스예요. ⓒ게티이미지뱅크

발뮤다의 첫 번째 제품은 애플 노트북의 거치대였어요. 투박한 디자인이 아니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 책상에 올려 두고 싶게 만들었죠. 근데 첫 제품은 별로 흥행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금융위기와 맞물려 파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죠. 발뮤다의 상승 곡선은 그 다음 제품인 그린팬을 통해 이루게 됩니다. 그린팬은 기존 선풍기의 인공적인 바람이 아니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바람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 만든 제품이에요. 실제로 자연풍을 재현하기 위해 풍속계를 들고 다니며 자연풍 데이터를 모으고 많은 바람을 느껴보며 기술을 개발했대요.

 

발뮤다의 가전제품 라인은 여느 브랜드에도 있는 것들이지만 사람들이 발뮤다를 찾는 이유는 분명해요. 기계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토스터기와 그린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발뮤다의 제품은 쾌감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지거든요. 쾌감이라는 느낌은 전적으로 테라오 겐의 감각에 의하고요. 역시 천재는 달라, 할 건 아니에요. 감각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역량이거든요. 어떤 경험에서 ‘좋다’는 느낌을 받는지 끊임없이 기록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노력이요!

 

참, 최근 발뮤다에서 스마트폰을 낼 거라는 소식이 있어요. 디바이스를 자체 개발하는 게 아니라 파트너사인 ‘교세라’에 생산을 맡길 예정이라고요. 테라오 겐은 스마트폰을 내고자 하는 이유를 “요즘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스마트폰 시장은 신생 기업이 뛰어들기 힘든 구조이긴 하지만, 늘 기계로 쾌감을 선사하는 발뮤다의 행보가 기대돼요.

 

 

희미해진 가치를 주목하는, 오이뮤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혁신에 의한 브랜드가 조명받는 시대에, ‘오이뮤OIMU’는 지난 경험의 가치에 애정과 철학을 보이는 브랜드예요. ‘Oneday I met you’의 줄임말로, 지난 경험의 가치를 재해석해서 조명해요.

오이뮤의 디자인으로 재해석 된 팔각 성냥들 ⓒ오이뮤 홈페이지

 

오이뮤의 첫 제품은 성냥이었어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팔각 성냥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죠. 물론 이때 아주 주목받았던 건 아니에요. 레트로가 유행하니 그 유행이 끝나면 인기도 지겠다는 비관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어서 두 번째 프로젝트인 ‘에어 프로젝트’로 우리나라 전통 제사에서나 경험할 수 있던 향 문화를 다시 조명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어요. 그렇다고 오이뮤가 대단한 포부를 갖고 과거를 키워드로 삼은 건 아니에요. 해외의 보존된 옛것 문화가 부러워 우리도 해보자는 식으로 실험을 한 거죠. 오래된 것에서 폭발적인 유행을 이끌 수는 없지만 디자인을 더하면 오래된 것의 가치가 조금 더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겠다 싶었대요.

 

 

ⓒ오이뮤 홈페이지

 

지금도 여전히 성냥으로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오이뮤는 사업적 성공을 기대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시작할 때만 해도 두 대표 모두 직장을 따로 갖고 있었고요. 지금도 비즈니스적인 성장을 중심에 두진 않는다고 해요. 다만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성냥 산업이 더 오래 우리의 일상에 남아 있도록 만들며,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했으니 오이뮤는 성공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어요.

 

 

타인의 시선에서 색을 찾은, 유유출판사

대개 많은 브랜드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관점에서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유유출판사도 시작은 조성웅 대표의 ‘중국’, ‘고전’, ‘공부’를 주제로 한 책을 내고 싶다는 욕구에서였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에 관심이 많았기에 중국 서적을 처음으로 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해요. 1인 출판사에서 낸 책이니까 다들 관심이 없었을 테고, 그다지 흥미를 끄는 주제가 아니었으니 많이 팔리지 않았던 거죠.

 

유유출판사의 '~하는 법' 시리즈는 아주 유명해요. 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은 한 권 골라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유유출판사 인스타그램

 

그러다가 우연히 공부를 주제로 한 책이 흥행을 하고, 책을 구매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자기 개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걸 발견했대요. 그때부터 유유출판사는 자기 개발에 적극적인 헤비 리더들을 위한 주제와 조성웅 대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고 궁금한 주제를 절충해서 책을 만들고 있어요. 그 결과 유유출판사의 책들은 하나의 결을 만들었고, 유유출판사의 책이라면 믿고 사는 찐팬들도 생겼죠. 유유출판사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브랜드에는 자기다움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다움은 결국 타인의 시선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해서 내면에만 갇혀 생각하면, 자신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브랜드는 누군가와 영향을 주고받을 때 만들어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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