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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2 뚜렷한 자기다움으로 차별화하라

2023.10.04 조회수 622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가 최근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회사명은 그란데클립. 작은 클립을 크게 만들어 보자는 의미를 담아, 하나의 큰 기업보다는 작고 알찬 중소 기업을 여러 개 만들겠다는 것이죠.


세계 경제 성장률이 3% 내외인 요즘 시대에, 그란데클립의 포부는 어쩌면 벌써 뉴노멀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몸집이 클수록 둔해지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불경기에는 기민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작은 몸집이 더 유리할 지도요.

 

다만 작을수록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뾰족함’입니다. 다른 말로 바꿔 본다면 ‘자기다움’이겠네요. 그런데 작은 브랜드라고 해서 모두가 뾰족한 자기다움을 지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찾아보기 힘든 편입니다. 산에서 심마니들이 ‘심봤다!’ 라고 외치는 것처럼 말이죠.


요즘 선명하게 자기다움을 드러내는 곳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소셜임팩트 브랜드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소셜임팩트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신가요? 아마도 예상컨대 그리 특별하진 않을 겁니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자본이나 운영 환경도 열악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그리 높지 않은, 그저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걷는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죠.

 

이런 편견을 뚫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뾰족하고 선명하게 성장하는 곳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지금부터 실제 브랜드 사례와 함께 소셜임팩트 브랜드의 자기다움이 발휘하는 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처=베어베터 홈페이지출처


출처=베어베터 홈페이지출처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베어베터입니다. 발달장애인 고용 활성화의 목적을 갖고 2012년 설립됐습니다. 올해로 벌써 11주년을 맞았네요.


회사 설립 목적은 최상위의 위계를 차지하고 비즈니스와 운영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그럼에도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때론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회사의 존재 이유가 달라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베어베터는 그런 의미에서 한결같은 브랜드입니다. 국내 기업과 함께 장애인을 고용하는 표준사업장이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는 요즘, 이윤보다 고용을 추구하는 베어베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주년엔 우리가 없어질 수 있겠네요.”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그런데, 베어베터 입장에선 너무도 당연한 목표입니다. 회사의 미션이 바로 ‘장애인 고용’이기 때문입니다. 미션을 달성하면 게임이 종료되는 것처럼요.

 

베어베터의 자기다움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가 사라지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아니 회사가 사라지는 것을 되려 바라는 이상한 목표. 베어베터의 이상함은 발달장애인에게 ‘내일도 출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장애인 고용이 활성화되면 베어베터는 한 단계 더 성장할 테고요.

 

회사를 자칫 집어삼킬 만큼의 강력한 존재 이유. 이것이 곧 베어베터의 자기다움입니다. 장애인 고용을 목표로 하는 회사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베어베터가 돋보이는 것은 목표와 자기다움이 완벽히 일치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출처=119레오 홈페이지출처


출처=119레오 홈페이지출처

다음은 119레오입니다. 소방관으로 시작해 소방관으로 끝나는 브랜드죠. 소방복을 업사이클링해 제품을 만듭니다. 제2의 프라이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지향점은 확실히 다릅니다.

 

폐방수포 등 버려진 석유화학 제품을 재활용하는 프라이탁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폐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모든 제품의 디자인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119레오에서 만든 제품은 희소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소방관이 입었던 소방복이 주요 소재여서 그리드 패턴의 머스터드 색상 디자인이 대부분의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119레오가 제품을 더 판매하려면 프라이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나만의 디자인’ 을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이승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119레오의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애초 소방관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함이 창업의 이유니까요. 119레오는 수익의 50%를 소방관 권리보장을 위해 씁니다.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에 속하지만, 프라이탁이 간 길을 쫓아가지는 않습니다. 영리를 추구하지만, 수익의 절반을 소방관을 위해 기부합니다. 남들과는 다른 과감한 선택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자기다움에서 출발한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선택들이 모이고 쌓여 브랜드의 성장을 가져다준 것이고요.

 

 


출처=트래쉬버스터즈 홈페이지출처


출처=트래쉬버스터즈 홈페이지출처

마지막 브랜드는 트래쉬버스터즈입니다. 일회용품 대체를 위한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어쩐지 진부하다 느껴지시나요? 이 곳은 한 끝이 다릅니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말은 따분하기 쉽기에 오히려 재치있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욕심을 버렸다는 겁니다. 일회용품 ‘안 쓰기’가 아니라 ‘덜 쓰기’를 표방합니다. 굉장히 현실적이죠?

 

어느 날 축제가 끝난 뒤 선명한 오렌지색 컵을 인증한 사진이 SNS에 도배된 적 있습니다. 사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가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최초도 아니고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별것 아닌 다회용기 컵을 굳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걸까요? 그 이유는 다소 싱겁게도 ‘예뻐서’였습니다. 때로는 메시지보다 전하는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의 전환이 통한거죠. 트래쉬버스터즈가 디자인과 브랜딩을 중요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들과 같은 메시지를 다른 방식으로 전하기 위해 시도한 것. 자기다움은 출발선의 또렷한 점이 아니라 달리는 과정에서 시도가 쌓여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점차 가속력이 붙는 거죠. 자기다움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힘입니다.


어떤가요? 오늘 소개해드린 사례 중에는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도, 처음 알게 된 곳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지금 이 시점부터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 달라졌을 거라 확신합니다. 엇비슷한 브랜드 사이에서 선명히 빛나는 이유가 바로 자기다움 덕분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기억해 주세요. 우리 브랜드의 강력한 무기이자 차별점은 뾰족한 자기다움에서 생겨납니다.

 

 

소셜임팩트 조직의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온,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www.abocado.kr)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혁신하는 소셜임팩트뉴스와 협업 기고를 시작합니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브랜딩 법칙 10’은 총 10개의 아티클로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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